무엇이 훌륭한 추리 소설을 만드는가?
분위기다. 절대로 트릭이 아니다. 나는 어떠한 트릭 운운 하는 추리 소설은 정말 지겹다. 그건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심심풀이 퀴즈에 가까운 것이다.
'추리' 소설이 아니라 추리 '소설'이란 말이다.
코난 도일의 책을 읽으면 홈즈와 왓슨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가 느껴지고, 두 사람이 안개에 쌓인 런던의 밤거리를 헤집고 다니는 것이 눈앞에 펼쳐진다. 엘러리퀸의 초중기 작품에서도 역시 젊은 엘러리의 유쾌한 에너지가 느껴지며 작품에 유머가 가득하다.(물론 몇몇 예외가 있다.)
반면에 후기 10일간의 미스터리 등의 작품에서는 목을 조일 듯한 분위기가 독자를 압도한다. 아가사 크리스티 역시 마찬가지다. 아가사 크리스티는 되지도 않는 트릭이나 추리 방법에 신경쓰기보다는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의 사람들의 심리를 드러내는데, 정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추리소설을 '추리'라는 목적만을 위해서 뛰어가는 달리기로 착각하는 소설가들이 있다(초기의 반 다인, 엘러리 퀸, 히가시노 게이고)
그러나 추리 소설도 소설이고, 그 소설 전체를 지배하는 분위기(와 그를 좌우하는 문체), 캐릭터의 매력, 심리 묘사 등이 트릭의 참신성보다 훨씬 수백배는 더 중요하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보자. 어디에도 괴상망측하고 무릎을 칠만한 트릭은 없다. 그러나 소설 전체를 지배하는 미칠듯한 어두움과 공포로 인해 불후의 명작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Y의 비극 역시 살인 수단이나 추리 과정은 단순하기 그지 없지만, 드로리 레인을 비롯한 캐릭터들의 매력과 해터가족의 심리에 대한 묘사, 그리고 악마성을 잘 표현했기 때문에 명작에 반열에 오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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